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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후, 심장 멎는 '이 병'… 남성 사망률 2배 더 높아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리고 이런 실연의 고통이 '죽을 만큼 아프다'는 말, 과장이 아닐 수 있다. 이른바 '상심증후군'이라 불리는 '타코츠보 심근증'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심장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장질환이다. 최근 미국심장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이 질환으로 입원한 환자의 6.5%가 사망했다.
그런데 이혼이나 사별처럼 감정의 파고가 큰 순간, 그 고통에 더 크게 무너지는 쪽은 남성일 수 있다. 실제로 타코츠보 심근증 환자의 83%가 여성이었지만, 사망률은 남성 11.2%, 여성 5,5%로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마음의 병'을 넘어 생명까지 위협하는 타코츠보 심근증에 대해 심장내과 신성희 교수(인하대병원)와 함께 자세히 알아봤다.
극심한 스트레스, 심장 모양까지 바꾼다
타코츠보 심근증은 스트레스 심근증, 상심증후군(broken heart syndrome)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신성희 교수는 "타코츠보 심근증은 극심한 감정적·신체적 스트레스로 인해 심장이 일시적으로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는 병"이라고 설명했다. 격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아드레날린 등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면서 심장 기능이 일시적으로 저하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타코츠보(蛸壺)'란 이름은 문어를 잡을 때 사용하는 일본 전통 항아리에 모양에서 유래했다. 기능이 떨어진 심장 모양이 목은 좁고 아래는 불룩한 항아리 형태와 닮았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타코츠보 심근증이 발병하면 좌심실의 중간부터 끝(심첨부)까지 수축력이 눈에 띄게 약해져 심장이 피를 제대로 뿜어내지 못한다"면서 "반대로 심장 윗부분(기저부)은 과도하게 수축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즉 수축이 불균형하게 일어나면서, 심장은 정상적인 모양에서 아랫부분만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문어 항아리와 같은 형태가 된다.
여성 환자가 83%인데 남성이 더 위험한 이유는?
타코츠보 심근증은 환자의 83%가 폐경 후 여성이지만, 사망률은 남성이 2배 이상 높게 나타난다. 이에 대해 신성희 교수는 "아직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몇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과 같이 추측했다.
① 유발 요인 차이
타코츠보 심근증은 보통 심한 스트레스 상황 직후에 발생한다. 여성은 주로 가족 문제나 상실감 같은 감정적 스트레스로 발병하는 반면, 남성은 감염, 수술, 중증질환 등 신체적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신체적 스트레스로 인한 발병은 전신 염증과 순환기계 불안정을 동반하여 더 심각한 예후로 이어질 수 있다.
② 기저질환 차이
남성은 여성보다 당뇨병, 흡연, 만성 폐질환, 관상동맥질환 등의 기저질환이나 위험요소를 가지는 경우가 더 흔하고, 이러한 동반질환율이 사망률과 합병증 위험을 높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
③ 호르몬과 자율신경계 차이
폐경 후 여성은 에스트로겐 감소로 인해 미세혈관 기능이 저하되고 교감신경이 항진된 상태가 된다. 이로 인해 비교적 작은 감정적 스트레스에도 타코츠보 심근증이 쉽게 유발될 수 있는 민감한 상태가 되지만, 자극의 강도가 낮아 심근 손상은 상대적으로 경미하고 예후도 비교적 양호하다.
반면 남성은 평소 교감신경 활성도가 낮고 미세혈관 기능도 비교적 유지되어 있어, 타코츠보 심근증이 발생하려면 더 강한 신체적 스트레스나 자극이 필요하다.
즉, 남성에게 발병 시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심각한 심근 손상이 나타나며, 이에 '심장성 쇼크(심인성 쇼크, cardiogenic shock)'나 치명적인 부정맥 같은 급성 합병증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심근경색 증상과 유사… 정확한 감별 진단 필요
타코츠보 심근증의 초기 증상은 △흉통 △호흡곤란 △어지럼증·실신 △두근거림·부정맥 등으로 심근경색 증상과 유사하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심전도, 혈액검사(심근효소), 심장초음파 등 여러 검사를 종합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신성희 교수는 "타코츠보 심근증 환자의 경우, 심장 근육 손상을 나타내는 심근효소 수치는 상승하지만, 전형적인 심근경색 환자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으로 오르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심근효소 수치란, 심장 근육(심근)이 손상되었을 때 혈액 내에 증가하는 특정 단백질 성분을 말한다. 이 효소는 원래 심장 근육 내에 존재하지만, 손상이 발생하면 혈액 속으로 유출되어 수치가 높아지는 특징을 보인다.
심장초음파 검사 역시 타코츠보 심근증 진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검사를 통해 좌심실의 특징적인 벽운동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질환을 의심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확진을 위해서는 관상동맥조영술이 필요하다. 신 교수는 "관상동맥조영술에서 막힌 심장혈관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전했다. 심근경색과 달리 관상동맥에 유의미한 협착이나 폐색이 없다는 것이 진단의 핵심이다.
대부분 2개월 내 회복… 초기 집중 치료가 관건
다행히 타코츠보 심근증은 예후가 좋은 편이다. 신성희 교수는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보통 1~2개월 안에 좌심실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령이거나 심기능이 매우 낮은 상태였던 경우에는 회복 속도가 느릴 수 있고,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도 존재한다.
치료는 주로 증상을 완화하고 심장을 보호하는 약물 요법이 중심이 된다. 베타차단제나 ace 억제제 등을 사용해 심장을 안정시키는 방식이다. 그러나 일부 환자에게서는 심부전, 부정맥, 심인성 쇼크와 같은 치명적인 급성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어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기 발병 초기에는 반드시 입원하여 전문가의 면밀한 관찰 아래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한다.
회복 과정에서는 환자와 가족의 노력도 중요하다. 스트레스가 질환의 주된 원인이므로, 환자 스스로 심리적 안정을 찾고 충분히 휴식하는 것이 최고의 치료법이 된다. 이와 함께 ▲급격한 감정 변화 피하기 ▲처방약 꾸준히 복용하기 ▲정기적인 외래 진료로 심장 기능 점검하기 등을 실천하면 좋다.
신 교수가 제안하는 '심혈관 건강 5대 수칙'
타코츠보 심근증을 비롯한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의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다음은 신성희 교수가 제안하는 생활 수칙.
① 스트레스 관리와 충분한 수면
하루 7~8시간의 수면을 취하고, 명상, 요가, 취미 활동 등으로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한다.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② 균형 잡힌 식습관
짠 음식과 트랜스지방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한다.
③ 규칙적인 운동
주 150분 이상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빠르게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을 실시하여 심장 기능을 강화한다.
④ 생활습관 개선
금연과 절주(節酒)를 실천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한다. 특히 흡연은 혈관 손상과 혈전 생성 위험을 높이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⑤ 정기 건강검진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관리하여 심혈관 질환으로의 진행을 조기에 차단한다.